드라마 및 영화

[드라마] 더글로리(The Glory, 2023) 후기

Elir 2023. 3. 23. 03:52

대중픽보다는 나만의 픽을 올리겠다고 미루다 미루다 기어이 이게 첫 스타트가 됐다....

(약스포일러 주의)

 
더 글로리 파트2
 
시간
- 00:00 (2023-03-10~)
출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정지소, 신예은, 송병근, 배강희, 송지우, 서우혁
채널
Netflix


한마디

대중드라마 제왕의 작품,  자극+긴장+역경+해결 깔끔 완성된 드라마.
이제 좀 시대에 어울리는 남주가 나온 거 같아서 김은숙 작가님 다시 믿고 볼 것 같다.


This is for...

#믿고보는김은숙작가 #복수의화신 #말려죽이기 #쌍방구원 #국가공권력불신 #내손에피안묻히기 #자본주의적폐퇴치 #권선징악 #학교폭력근절캠페인 #2020년대에맞는남주가고플때


+ 포인트

+ 파트투 보고 나니 결국 머리에 주여정만 남음
+ 실망 없는 깔끔 시원 클리어 스토리라인,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드는 복수의 결말
+ 입체적으로 진화한 캐릭터들과 그 복잡한 감정선을 연기해 낸 배우들

 

-  포인트

- 초반의 고어물(필자는 결국 스킵)
- 그래도 포기 못한 러브라인과 신데렐라물
- 그래서 결국엔 장르물보다는 성공한 대중 드라마

 


김은숙 작가 작품인데 신데렐라물이 아니래.....
그래서 봤는데 결국 남주에 치임...

 

 더글로리는 문동은의 복수극이다. 문동은이 직접 단죄를 행하는 것이 이 복수극이 사람들의 추앙받는 핵심이다. 결국 다른 누군가가 이 복수를 이루어준다는 스토리였다면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의 절반은 증발할 것이다.
주여정은 이 드라마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님을 알고 그 선을 지켰다. 그럼으로써 매력적이고 빛나는 캐릭터가 되었다. 주인공이 아닌 남자주인공이라 마음에 든다는 역설.

 나쁜 생각이지만 주여정이 사연 없이 곱게 컸으면 문동은의 동반자로서 실격이다. 주인공 못지않은 상처와 복수를 품고 있는 게 문동은의 손을 잡을 남자의 자격이랄까..... 일단 자격 통과하고 보니 사근사근 상냥한 말투와 표정을 두르고는 뭔 생각하는지 모를 은근히 돌아있는 캐릭터성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상처를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 매력이 있다. 요즘 다들 심리학 잘 알자나.....


 김은숙 작가가 옛날에 했었다던 "대중들은 결국 신데렐라 이야기에 가장 재미를 느끼고, 이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덕에 도깨비는 나에게 '보고 싶은 작품'에 머무러 있는지 8년째다.  시크릿가든부터 태양의 후예까지 많이 울고 웃었던 작품들의 작가님의 손에서 태어났고 드라마의 제왕에 대한 믿음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사회인이 된 이후 집중해 보고 싶은 작품을 고르자 할 때면 신데렐라 스토리는 언제나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스토리가 아니었다. 학교든 직장이든 그렇게 양성평등 교육하고 앉아있는데, 불우한 여자주인공이 왕자님 만나 인생 핀다는 스토리가 대중이 원하는 성공보장의 불패의 시나리오라 하는 거, 정말 그 사회가 부끄러울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였다.
 


 사실 주여정도 왕자님을 탈피한 캐릭터는 아니다. 사회적 권력 있는 집안과 개인적인 능력치를 갖고 있는 왕자님 반열이라 볼 것이고, 이에 기반한 힘을 휘둘렀지만....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문동은의 계획에 포함된 장기말이라는 여지를 두었고, 본인이 나서서 스토리를 잡아먹지 않았다는 면에서 주여정은 충분히 선을 잘 지켰다는 게 내가 느낀 매력이었다. (이태리 장인 한땀한땀 입고 다니던 형씨나, 캐나다로 순간이동 해대는 몇백 살 아저씨 생각하면뭐....)

 아무튼 작가님 전작들 때문에 혹시 저 남주가 주제넘지 않을까... 를 내내 염려하면서 봤는데 다행히 실망없이 끝까지 품을 수 있었다. 지잘난척 깽판 절대 안치고, 기다릴 줄 알고, 아픔을 알고, 품어주고 싶고, 속 깊어서 품을 건 품고 묻을 건 묻고, 다정최고보스에, 헌신적이기까지 아주 갖가지 매력만 다 보여줬다 (잘생기고 성격 좋은 건 기본ㅎ)
 

You`re so sweet. 달콤한 dream 🎵


 구시대적이지 않게 시대에 맞는 남주를 디자인해낸 대중드라마의 제왕의 실력에 신뢰가 부활한다. 다시 김은숙 팬으로 돌아가 (다른 이유로 안보고 있던) 전전작인 미스터선샤인도 건드려볼 흥미가 생긴 것 같다.
 


실망 없이 화려하게 끝난 복수극

 


 사실 복수가 될지 안될지 여부가 궁금해서 끝까지 궁금해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동은의 작품이 어떻게 완성되는지가 궁금하지. 치밀하게 진행된 복수의 결말이 어떤 과정,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질지 그 결말을 보기까지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12화를 틀었다면 16화까지는 잠 못 자는 거 확정이다.^^ 
 
 더글로리에서의 복수는 결국 가해자들이 스스로 자멸해왔던 것들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고, 신뢰 없이 젠체하던 상호관계를 해체시켜 서로 물어뜯게 만들었을 뿐이지 문동은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게 킬링포인트였다. 더없이 통쾌한 결말로, "그게 불법인가요? 저보다 못된 애들 되게 많은데 속상하네요" 이 한마디가 문동은의 계획의 정체성을 담아준다.
 

"그게 불법인가요?"가 킬포인트


중간중간 전개가 단조로운 시간 순 구성을 탈피해 심심치 않았던 점도 꽤나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남는다. 선생의 죽음, 누군가의 실종 등의 시나리오는 여러 화에 걸쳐서 역추격을 하면서 중간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럼에도 시점이 어렵고 혼동된다는 불만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프로의 솜씨였나 싶다.
 더불어 굵직한 결과물과 암시만을 보여주길래 그렇게 무수히 빈칸들은 덮고 넘어가는 줄 알았던 사건들도 마지막까지도 한순간 한순간 다시 보여주면서 그 숨겨졌던 의미를 새겨 준 점도 인상 깊다. 1,2화에 나왔던 사건의 진상을 마지막화에 재연시켜주는 이런 점들이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미를 더한 것 같다.
 


 그래도 장르물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리를 피할 수는 없다. 이따금씩 로맨스가 산통깨는 점이 있긴 해서...... 
문동은을 응원하는 마음에서는 그래도 세상의 남은 사랑을 터득해가길 바라는 마음 vs. 더없이 완벽한 칼같은 복수만을 바라는 마음 사이 갈등이 항시 함께했던 것 같다. 이거 완전 주여정의 마음일텐데.....이게 보는 모두의 마음을 남주인공으로 만드는구나.
 


 


분노치 : 중간 보스 >> 최종 보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바라던거에 비하면 마지막판와서는 박연진이라는 최종보스 퇴치의 통쾌함이  많이 약하게 느껴졌다. 두 가지 원인이 떠오르는데, 첫째는 파트1/2를 나눈 시간 극간이다. 시즌의 허리를 짤라 정말 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타게 했던 것... 범죄 스릴러 장르 특성상 한 번에 흐름이 이어질 때 감정이입 극대화 효과가 더더욱이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다만 이점은 장점도 톡톡히 본면도 있는 게... 이 텀 사이에 우리는 한국 넷플릭스가 거진 두 달간 멈춰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3월 만을 목 빼고 기다리는 기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바이럴마케팅효과를 본 것은 긍정적 요인으로 이후에도 많은 작품들이 참고할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박연진이 시작점이 아니다...


 둘째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막판까지도 옛날사건을 되돌려 줬던 점이 악역들에게도 많은 개연성을 불어넣어 줘 버린 탓 같다. 가만보면 이 악당들이 그 누구보다도 자존감이 떨어지는 주체인지, 극적으로 수틀리는 순간은 본인들이 멸시하던 주체에 의해서 자존감이 유효타를 먹는 순간이더라. 박연진, 이사라, 최혜정, 홍영애 모두 본인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순간에 가장 큰 화를 자처했다...(전재준은 그냥 뇌가 없어 보여서 열외...) 인간 자존감의 문제는 전적으로 천성이 아닌 환경 탓이라 생각하기에, 보고 있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그들을 순수 악만으로 보지는 못하게 만든 느낌이었다,

 메인 빌런에 대한 분노 약화 덕에, 탄산 사이다는 되려 중간 보스들이 선사해준게 기억에 남난다. 찢여 죽이고 싶은 분노 그대로 품고 자멸해 주는 이 중간보스들 중 Top 3를 뽑아보자면 1. 담임선생, 2 .문동은 모친, 3. 추선생 이다.
 

1. 음식물 찌꺼기만도 못한 것
2. 넌 욕실 하수구 찌꺼기보다 더 역겨운 것
3. 비교하면 곱등이가 자존심 상해할 변태찐따

 뽑아보니 학교폭력에 대한 사견과 감정이입도 섞였다. 진정한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저 모양 저 꼴의 어른들이라 생각한다. 더글로리 덕분에 학폭 미투와 더불어 심심찮게 쓰레기 선생 미투도 함께 보고 있는데 참... 역시 부모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만큼 선생 아무나 해도 될 것 아니다.
  무엇을 해도 자격이 없을 인간군상들인데, 심지어 타인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에 올라하는 짓거리들이... 볼 때마다 역겨움과 분노가 차밀었다.... 셋 다 정말 참작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게 분노만 들끓어서 몇 자 적기도 손이 다 떨린다. 너무 질질 끊지 않고 적당히 발암하다가 지옥 박혔기에 그 복수의 순간과 방식이 너무나도 통쾌하게 기억됐다.
 
 


문동은은 송혜교, 강현남은 염혜란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사이다를 바라고 보는 복수극 치고는 문동은의 캐릭터가 너무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이라 연기가 어색하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스토리에 이입하면서 감정을 느낄 여력을 잃어버린 캐릭터이기에 더 비통한 문동은이 보였고, 무미건조하다가 이따금씩의 비릿한 조소를 머금는 송혜교가 문동은 그 자체로만 느껴졌다.  더불어 그런 동은이 유일하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무너지는 격한 감정을 느낀 게 다시 온 모친의 두 번째 배신이었던 점. 이런 점들에서 개연성 없는 캔디가 아닌 한층 완성된 캐릭터의 디테일이 느껴졌다.
 

"고마워 엄마... 하나도 안변해서... 그대로 여서"

   공포와 통한과 환희가 한 얼굴에서 보인다. 연기의 정수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아쉬운 점은 저 때를 제외하면 문동은의 날 선 느낌과 독기가 뒤쪽에선 꽤나 약해진 느낌이 들긴 한다. 스토리상 강현남과 주여정을 만난 이후에 조금은 인류애를 회복하고 무뎌진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초반에 "너 좆됐어 사라야, 너네 주님이 너 지옥 간데" 이러던 광기 섞인 카타르시스까 마지막까지 이어지길 바랐기에 누그러진 얼굴이 아쉽긴 하다.
 


 염혜란 씨의 연기도 실로 어마어마하다.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새삼 상기했지만, 더글로리 전체의 최고의 명연기를 뽑는다면 역시 병원에서 우는 아내를 연기하는 강현남을 연기한 염혜란을 뽑을 것이다. 어떻게 오열과 희열을 동시에 표현해 낼 수 있는지.... 감정이입을 못하고 예술이라 생각하면서 연기 자체를 감상했던 순간이었다.
 


끝으로 개인 pick 명대사

 

"적어도 난 지키려고 했어 숨겨서라도, 그걸 다 까발려서 깨부순건 오빠야"

박연진 머릿속이 단적으로 보였던 대사, 가스라이팅 전과 10범은 될 듯.

"문동은 씨를 아낀다면 멈추게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복수로 취할 이득보다 돌이킬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게 더 손해 일것 같은데..." "피해자들이 잃은 것 중에 되찾을 수 있는게 몇개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그걸 용서로 되찾고 누군가는 복수로 되찾는거죠." "어떻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바라는 겁니다. 문동은씨의 행복을" "그건... 이해가 되네요."

복수물을 보고 있을 때 고민하는 딜레마를 직접 끄집어내 준 장면이다.
둘 중 하나 고를 수가 없는 서로 다른 애정과 배려의 대담이 참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암울한 극 중에도 황홀한 하늘을 캐치한 장면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타이밍을 캐치해 낸 제작진 분들에게 경배....
 


 


아무튼 만족스러운 드라마 한 편이었다..

국내에서 반응은 오징어게임 못지않았던 것 같은데, 본질적인 학생문화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가능할 터라 글로벌 흥행은 그만큼 못 가겠지 싶긴 했다. 애들 사이 스쿨카스트 자체는 만국 공통이라고 봐도.. 선생과 학부모의 역학관계 등을 포함 한국 특유의 학교사회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게 좀 많아서.... 이 감성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순 없을 거다 아마..... 수틀리면 애 엄마아빠가 총 들고 쫓아 올 가능성이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모르는 미국에선 오죽할까ㅎㅎ (그나마 태국에서 미투까지 반응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세계적으로 성공이야 언제나 좋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사회공감대와 암묵지 기반으로 쌓아 올린 드라마가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냥 뼈에 서린 본능같이 발화하는 폭풍공감대로 더더 극대화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어찌 보면 작품이 작품 내 스토리와 개연성만으로 완결되지 않고, 사회 전체가 작품의 완성에 필요한거 아닌가... 조금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다시 믿쑵니다 작가님...... 다음은 미스터선샤인을 먼저 볼까? 도깨비를 먼저 볼까?


(첨부한 사진 및 짤들은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공개된 리소스들에서 참고받아왔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별도출처기재원하시는 저자분들은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