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불가, 2023년 최고의 문화생활)
세계 최고의 콘서트를 담은 세계 최고의 공연실황 영화.
연출/의상/안무/댄서/영상/장치/셋리... 모든 것을 최고로 구현한 가히 대중음악의 정수,
그리고 이 모든걸 가능케 한 월드클래스 자본의 맛.
+ 포인트
+ 연출자 의지가 빙의한 듯. 최고의 샷, 최고의 각도들이 담긴 카메라들로만 편집
+ 무대란 이런 것. 그저 멋지고 당당하고 위대한 아티스트와 그에 못지 않게 아이덴티티 확실한 최고의 댄서들.
+ 피끓어오르는 17년의 대표곡들을 꾹꾹 눌러 담은 선곡표가 따라 부르는 걸 참을 수 없음
- 포인트
- 없음.... 굳이 따지자면 너무 높아져버린 눈?
- 국내연출들 비슷한거 보면 테일러 꺼를 베낀 거로 보이는 역효과...
Intro
필자의 스위프티 인생은 2009년부터였다. 유일한 내한공연이었던 speak now 콘서트를 코앞에서 놓치고 입덕한 덕에 한 서린 버킷리스트로 한 줄로 두다가 직장인이 된 지금 마침내 에라스투어를 보겠다고 도쿄공연을 갈 준비(=텅장)를 하고 있었다.
영화는 사실 도쿄공연의 예고편격으로 다녀와야지 생각했고 국내 팬들이 한데 모여보는 소중한 계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영화가 그 이상의 충격으로 간직될지는 상상도 못 한 채...
이번 후기에선 영화만의 가치와 연기 등 현장에서 살피기 힘든 것들을 우선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공연실황영화의 정점
가히 최고의 공연을 담아낸, 최고의 공연실황영화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그 어떤자리에 있더라도 다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최고의 각도들로 모아 다 보여준다. 무대 가까이 있는 이들은 전체 무대를 활용하는 디스플레이 연출 등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무대에서 멀리 있는 이들은 테일러와 댄서들의 표정과 디테일한 연기를 볼 수 없을테니. 오직 영화 만이 모든 것을 최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해주는 기회가 된다. 이를 위해 몇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어 찍은 건지 가늠도 안되며, 촬영감독도 편집감독도 최고의 프로들인지 단 한 컷도 버릴 컷이 없다.
그리고 3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을 다른 것 없이 정말 무대만으로 꽉채웠다. 국내 아이돌들 실황영화에 차별화 포인트로 으레 넣어지는 무대 비하인드 등은 전혀 필요하지 않고, 들어갈 틈도 없다. 무대를 다담아내기도 어려워서 cardigan을 비롯해서 주요한 곡들은 영화에서 제외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하면 역시 사실 '자본의 맛'!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게 바로, '2023 올해의 투어' 아니, '현존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어'이다. 얼마나 많은 카메라가 돌아갔고, 얼마나 높은 전문성(∝계약금 ㅎ)의 연출가와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겠는가..... 또, 절대적인 실력만큼이나 트렌디함까지 갖췄다고 느낀 건, 최근 Reputation tour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봤을 때, 슬로우모션 처리한 장면들이 올드해 보여서 눈에 거슬렸는데, 에라스투어는 이런 생각 전혀 없이 정말 모든 씬들에 물 흐르듯 편안하게 몰입만 했다는 점이다.
아무튼, 'Taylor Swift: The Eras Tour'는 완벽한 공연을 완벽하게 담아낸 역작의 영화이다. 이걸 안 보고 죽는다면 아주 손해보는 인생될 지경이니 모두들 당장 찾아보시길 바란다. ^^
압도
무대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테일러스위프트라는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멋지고 당당함만으로 존재한다. 세상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듯한 위치에서 그것을 그저 즐기는 게 보인다. 수만명의 앞에서 홀로 서서 일말의 긴장도 위축도 주저함도 없이 내 노래,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온몸과 온표정으로 표현한다.
초반부터 좌중을 압도하는 장엄한 순간들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는다. 첫째는 Cruel Summer 가 끝나고, 정말 끝이 나질 않는 환호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손가락만으로 파도타기를 만들어 내는 순간, 진짜 말도 안되는 포스를 보여준다. 둘째는 Lover에 들어가기 전에, "오늘 공연이 지나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날만을 기억하게 될 거다"라는 멘트인데, 기존의 평가와 기억을 다 덮어씌울만한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진다. 그리고 곡에 맞춰 표정을 갈아 끼우면서 정색하고 몰입하는 순간들, 그리고 무대를 하면서 관중과 소통하면서 순간순간이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웃는 순간들이 인간적으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니, '그래, 이런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거지!'라는 뻘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최고의 댄서
테일러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댄서들이 행복한 에너지로 춤을 추고 연기를 하면서 무대를 완성한다. 이 정도로 댄서분들 한 명 한 명의 아이덴티티가 각기 돋보이는 공연을 본 적 없던 것 같다. 그만큼 안무 실력과 표현력을 겸비하고 존재감이 확실한 최고의 무대 위 프로 분들만으로 구성된 듯 하다.
당장 기억 나는 분들만 하더라도, The man에서부터 my tears ricochet 까지 테일러의 바로 옆에서 눈에 띄는 비주얼을 보여주시는 Audrey Douglass님, 누구보다 환한 미소와 남다른 긍정에너지로 볼수록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Tamiya Lewis님. the last great american dynasty에서 무려 그 "Rebekah" 역을 맡아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시는 Natalie Reid님이 있다.
남자 댄서분들의 존재감역시 강렬한 분들이 많다. 의도한 바 겠지만, 굳이 성별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 섹시 안무들에선 더 놀라운 진가들을 보여준다. Whyley Yoshimura님은 탐스러운 장발과 함께, 박력있는 동작과 얼굴 근육 하나한 살아있는 듯한 표정연기를 보여주며, Sam McWilliams 님은 훈훈 귀여운 남자 주인공 비주얼인 줄 알았더니, 마지막에는 섹시댄스를 선보이며 입을 떡 벌리고 보게 만든다. 또, Kameron Saunders 님은 WANEGBT와 Bejewered의 하이라이트를 책임지시는 단언 이번 투어의 핵심 kick 이다. 기대해도 좋다.
영화여서 더더욱 값진 무대들
Lover, my tears ricochet - 테일러 뿐만 아니라, 댄서와 코러스 분들의 연기가 몰입감있는 분위기를 끌고가는 무대들이다. 두 곡 모두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는 순위에 있던 곡들이 아닌었으나, 무대의 기억이 모든 걸 집어삼키며 단숨에 좋아하는 곡 랭킹의 상위로 올라와 버렸다. Lover의 경우 노래하는 테일러를 주위로 댄서 분들과 코러스 분들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연기하는 것에서 덩달아 행복한 황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my tears ricochet은 반대로 엄숙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한걸음씩 걸어나오면서, 크지 않게 동작과 고개짓 안무, 그리고 비통한 듯한 표정 연기가 비장함을 만들어 낸다.
august, Delicate - 테일러 홀로 무대를 전체를 채우는 유형의 곡들이다. 돌출 무대 전체를 종횡무진하면서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영화에서만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들을 통해 보기에 온전히 모든 순간 테일러를 볼 수 있다. 더불어 드론 샷을 이용해 무대 디스플레이 연출이나, 휘날리는 의상의 아름다움도 더 잘 볼 수 있다.
Vigilante shit, willow - 개인적으로 뽑는 에라스투어의 퍼포먼스 투톱 곡이다. 연출과 안무의 충격으로 두곡 모두 최애 곡의 반열에 올라왔다. 콘서트에서 직접 볼 것도 너무나도 기대되지만, 역시 가까이서 촬영해 온 영화만큼 많은 디테일과 요소들을 보진 못할 것이기에 영화로도 꼭 볼 것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씽어롱으로 완성된 영화, 감동 * 500%
이번 영화 상영은 씽어롱의 감동을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11월 18일 토요일 용아맥 씽어롱 상영은 2023년 가장 행복했던 3시간 반으로 남았다. 커다란 영화관에 300명 넘는 팬들로 꽉 들어차서는, 사랑하는 노래들을 열창하고, 더할 나위 없이 열광적으로 호응하고, 뛰어나와 즐기는 장관이 펼쳐졌었다. 덕질은 역시 함께하면 그 행복이 곱절이 된다. Cruel Summer 시작부터 언제나 사무치던 감동이 괜스레 더더욱 심상치 않게 느껴지며 시작하더니, Red Era 때 영화관 부수기 모드로 돌입해 버려서 WANEGBT때 중간 피크를 치고, 1989 Era, Shake It Off - Bad Blood 콤보에서 정말 뒤집어놓으셨다. 중간에 folklore era 때는 뛰쳐나왔던 사람들 다들 감상용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자리 찾아 돌아가는 것도 재밌었고...ㅋㅋㅋ
영화를 3번을 봤다. 처음엔 개봉일 새벽에 용아맥 일반관람으로, 그다음 주는 명동 CGV 씽어롱으로, 그 다음주는 다시 용아맥에서 씽어롱으로... 벼르고 벼르다 본 개봉일의 1회 차 관람은, 오랫동안 기대했던 만큼, 뭉클해하면서 보고 광광 울었으나, 영화관 입구에서부터 씽어롱 금지를 안내하고 있었기에 너무 얌전히 본 게 못내 아쉬웠다. 사실 개봉 이전에 미국 현지의 영화관람 분위기가 이미 SNS 통해 퍼졌었기에 모두가 끝내주는 씽어롱을 기대하는 분위기였기에, 개봉 주에 씽어롱을 안열은 CGV에게 며칠 동안 멍청하다는 욕과 저주를 퍼부었었다.
그러나 역시 대기업^^. 2주 차 상영을 열면서 씽어롱을 전격 오픈했고 모두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2회 차를 가게 되었다ㅎㅎ..... 그리고도 부족해서 목숨걸은 팬들이 집결하는 3주 차 용아맥까지 즐길 수밖에 없었다. 3주 차는 심지어 주중에 개봉한 신작(더마블스) 상영으로 넘어갔던 용아맥이, 주말 황금시간대는 테일러로 원복 시키면서 열렸었다는 거.... 암튼 당시 마블보다 티켓파워가 쌨다는 건 큰 자랑거리였다.
Outro
- 테일러도, 에라스투어도, 에라스투어 영화도 모두 최고라는 수식어를 단 모든 것의 집합체다.
지친 연말에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테일러와 같은 시대를 겪고 살고 있다는 것이 이 구렁텅이 세상에 정말 몇 안 되는 감사한 일 중 하나다.
- 현재는 유튜브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구글 TV 등에서 대여하여 보실 수 있으며, 잘라먹었던 무대들 추가하였다는데 The Archer, Wildest Dream에 심지어 Long Live가 추가되었다니 나도 언젠가 몇 번이고 다시 볼 것 같다.
- 모든 회차에서 22 무대를 볼 때마다 울었는데, 아가한테 모자 씌워 줄 때마다 왜 그렇게 눈물이 왈칵 솟아나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정말 순간 너무 세상이 예뻐서 보여서일까
- 후기를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일본 출국 전 주까지 와버렸다. 마침내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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