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 장르 실사화의 지난함을 다시 한번 목도"
+ 포인트
+ 예상보다 선방한 배우 캐스팅
+ 몬스터와 도깨비 등 공들인 캐릭터 디자인 (왁싱당한 비형 개인적으로 원츄)
+ 영상화에 있어서 무엇을 택하는게 좋을지... 진지한 Agenda를 던져
- 포인트
- 판타지 영화라기 보다는 한편의 재난영화 같기도...
- 후속이 궁금할 정도로 빌드업 되지 못함.
- CP도 포기해, 스케일 뽕차는 설정도 포기해, 무엇에서 팬몰이를 기대하려 했는지 궁금

INTRO

전지적독자시점, a.k.a '전독시'는 아마...... 2020년대 전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판타지 소설이다.
소싯적 수도 없이 많은 판소를 읽었으나, 높아진 눈을 채울만한 신규작을 더 이상 찾지 못하여 거의 졸업한 우리 세대에게도 대대대메이저급으로 뜬 작품들은 트렌드 캐치를 위해서라도 언제든 봐야한다는 의무감이 큰 친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 전독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는 화산귀환, 어바등 정도에... 웹툰버전을 더 기대하면 애들까지 더하면 나혼렙, 내스급, 상수리 정도?) 여러 추천들을 듣다가 오랜만에 판소로 돌오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니, 가슴 끓어오르는 스케일, 몰입감 있는 진행, 쥐고서 놓지 않는 떡밥과 캐릭터 관계성 등이 주요한 매력으로 각잡고 정주행 붙잡고 있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이러한 전지적독자시점을 영상화한다니,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반가움이 꽤나 크게 올라왔다. 이 OTT 대범람의 시대에, 새로 나오는 드라마의 반절은 웹툰/웹소설 원작인데도, 그 웹작품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판타지 장르에서는 영상화를 거의 못보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결국에 이 레드오션에서 칼을 빼든다면,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이 '전독시'가 최우선일거라 늘 생각해왔다. 객관적으로 브로드한 독자층과 인지도가 이만한 작품 없다. 더욱이, 현대판타지라는 장르 특성상, 막연히 생으로 세계를 다시그려야하는 眞 판타지들보다는 영상화하기에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고 말이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서는 굳이 흠을 찾고 싶지는 않다.
스토리 라인과 개연성은 사실 원작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지만, 영화로 작품을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하여 표현요소 취사선택은 잘됐다고 느꼈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도깨비와 방송체계, 성좌의 리액션 등)은 아예 그냥 버려버리는 등, 괜히 건드렸다가 저게 뭐지? 할만한 요소를 많이 줄여버려서 이해가 어려울 요인들은 싹 줄였다고 본다. 애초에 장르가 논리적 접근을 할 장르는 아니니, 스킬발동이나, 아이템 업그레이드나, 우리엘의 실루엣이나.... 갑자기 뭐가 나오더라도 간지나게 보인다면 "아 그러려니~"하고 패씽스루되게 만들었다 싶었다. 설정 이해가 설명 불충분하다는 후기도 좀 있긴한데, 장르가장르이니 대부분은 킬링타임으로 스쳐보내실 거라 생각한다팬들도 다함께.

주인공 배역의 안효섭 배우를 가장 걱정했으나, 적당한 찌질함에서 강단이 나오는 주인공의 면모까지 갖는 절대 쉽지 않은 김독자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연기를 해주신 배역이었다고 생각된다. 정말 예상보다 많이 만족했다. 액션씬들도 배우들 액션 연기위주로 처리한 것 같은데 so, so... 큼직큼직 동작들 위주로 자잘하게 이팩트 입히고 잘 뽑아주었다.

기대 이상이었던 연출은... 충무로역 안전지대 규칙의 구현, 그리고 시작점인 다리붕괴 scene도 꽤 좋았다. 취향이 많이 갈리는 듯 하지만 도깨비도 별풍선 요정처럼 잘 디자인되어 만족스러웠다. (본작에서는 명백한 털복숭이라 읽어서 살짝 신경쓰이긴 했는데, 사실 비형이든 도깨비 성체들은 털 유무에 관심이 없다. 이제 비유가 털이 없으면 좀 문젠데... 아, 애초에 후속작 안내려고 작정한건가^^)

바다괴물부터, 땅강아지 몬스터들까지 CG는 공포감과 위기감 있게 잘되었다고 본다. 다만 또 다른 역경 요소인 인간 악역들은 좀 약하다 싶은 편이긴 하다. 천인호도 임팩트와 비중이 아쉽고, 특히나 공필두가 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맛이 있는 캐릭터라 악인으로 보일 땐 더 악하게 보이길 더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시간관계상 여기까지 투자할 여력은 없겠지 싶긴 하다.
결론적으로는 그냥 무난한 스토리 영상 한편이었다. 다만, 누군가를 피끓게 하여 입덕할만한 매력 요소는 부재하는....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의 어려움
왜 이렇게 되었을까...하면, 역시 오랫동안 외면되어왔을 만큼, 이 판타지 장르의 영상화가 본질적으로 매우 지난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학자들은 '장르'를 창작자와 독자 간의 '묵시적 계약'이라 정의한다. 국내 판타지 문학은 정말 이 장르의 결정체다. 암묵적으로 정의된 약속이 정말정말 많다. 같은 장르 문화 내 주체들간에는 굳이 세계관이나 배경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간과해도 되게 해주는게 '장르' 문학의 특징이다. 예를 들자면, '스탯창'과 성좌들의 '코인 후원' 개념까지, 모두 작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장르 계열의 독자들인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암묵적으로 같은 문화를 인지하고 있기에, 작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냥 이해할 수 있기 때문. 이 약속들은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꽤나 효율적이고 편의적인 요소다. 상태창이고 채팅창이고 개념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 없고, 'D등급보다 S등급이 더 좋다'고 뻔하디 뻔한 이야기들을 작가는 손아프게 서술하지 않아도 되고, 독자는 눈아프게 읽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많은 요소들은 영상화를 할 시, 크나큰 제약이 된다. 영상물의 관객은 일반적으로 더 넓은 대중을 타게팅으로 하기에 누가 보다라도 이해될 수 있게 설명되어야 한다. 누구는 인터넷 방송 채팅문화 자체를 모를 수도 있고, 누구는 스테이터스창에 '스킬'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다. 즉, 장르 독자들을 상정했을 땐 생략되었되던 많은 요소들이, 모두 추가되어야만 하는 내용이 되는 것이다. 만일 완성해보겠다고 그 모든 것을 영상에 집어넣는다면, 이건 분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텍스트로 된 소설이나 웹툰이야 원없이 서술하더라도 읽는 독자가 완급조절이라도 가능하겠으나, 영상 포맷은 그들과 달리 '시간'이 아예 작품의 요소 중 하나이다. 결국 시간 제약 속에서 그 많은 내용 요소들 중 일부만이 취사선택 대상이 된다

사실 이건 모두 돈의 문제이다. 영상콘텐츠는 투입되는 자본의 단위가 다르다. 덕분에 영상화는 국지적인 팬들의 충성만으로는 결코 그 비용이 소화될 수 없고, 절대다수의 관객수 확보를 위하여 대중을 타겟으로 하는게 본질이 된다. 장르적인 허들을 낮추어 접근성을 높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볼 때, 이 세상(현실계^^)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그 배경 자체가 허들이다. 투자자는 대중에게 허들이 낮은, 보편 타당한 정서와 흥미의 로맨스물에 손이 먼저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판타지 장르는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표현해야하기에 그 어떤 장르보다도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장르다. 무엇보다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리 판타지 장르 팬들을 신경쓸 게 아니라 대중지향적이 되어야 한다. 슬프지만... 여기에 마니악한 우리의 피를 끓게 만든 수많은 요소들은 녹아들을 자리는 없다. 어느 재벌님이 눈돌아가서 사심으로 수천억을 부어주시기를 기대하는게 더 현실성 높은 기대일까...
잃어버린 원작의 매력 포인트
아무튼 결코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할 이 한계 속에서, 영화 '전지적 독자시점'은 나, 아니 우리가 이작품을 사랑하던 많은 매력 포인트를 담지 못하였다.

(1) '성좌'와 스케일
내가 뽑는 가장 큰 전독시 원작의 매력은, 전세계의 신화를 넘나들면서 커지는 '스케일'이다. 이 스케일의 감동은 바로 성좌들의 존재가 핵심 key인데, 이게 확실히 나에게 가장 큰 매력이었던지... 딱 성좌들과의 연계가 절단된 2부에서 대체재가 될 요소를 못찾고 지금 소설 진도가 안나가고 있기도 하다.
영화 전독시는 주인공 일행에 집중하면서 이 성좌들의 캐릭터성을 포기하였다. 초반에 도깨비 비형이 이 방송의 청취자라고 그들의 존재를 언급하고, 후원금 메세지만 날라올 뿐이며, 마지막에서야 나오는 시각적인 묘사도 하이라이트 전투에서 정희원의 성좌가 아우라처럼 보이는 멋들어진 연출로 한번 보여지고 끝이다. 이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재미가 날라가 버렸다. 본래 전지적으로 주인공 일행들을 바라보며 터져나오는 성좌들의 리액션이 나름의 묘미인데, 이게 없으니 상호작용이 기본인 인터넷 방송이, 일방적인 TV방송으로 후퇴한 셈이 되었다. 또 장르의 팬으로서는 개개인들에게 어떤 종류의 힘과 속성이 부여되는지가 이런 류의 상상력에서는 가장 흥미운 요소이기에 아쉬울 따름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영화화된 부분인 작품의 극초반부는, 성좌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해서 줄거리 전개에 영향을 끼칠만한 주체가 아니긴 하기에, 표현 요소를 취사선택 해야한다면 스토리 진도 진행을 위해서 성좌와의 관계성을 후순위에 두는 것도 일면 합당한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예상했던 것보다 작품 매력이 정말 반감되는 수준으로 느껴지니, 결과론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처럼 보여진다. 첫단추 성과가 너무 슬퍼져서 후속작은 이제 요원해보이니.... 나중에라도 볼 가능성이 영영 물건너갔나...
(2) 전지적 '(김)독자' 시점
영화 제작 인터뷰를 보니, '연대와 협력', 예컨데, 인물들이 다 함께 생존해나가는 스토리에서 작품의 주제를 찾았다고 한다. 좋은 메세지의 주제도 맞고, 다양한 캐릭터를 원작의 결말이 달라지거나 크게 위화감이 생길 주제도 아니다. 다 좋다. 다만, 작품의 매력과 어우러질 주제인가?하면 음... 애석하게도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주조연 캐릭터를 조명해가면서 골라먹을 수 있는 매력을 살려가는 요새 트렌드 콘텐츠들을 좋아하지만, 전독시는 이런 궤를 타기에는 좀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전독시의 주인공 김독자는, '독자'라는 방관자같은 이름 덕에 작품을 읽기전에는 방관자적인 역할을 고수할 캐릭터로 짐작했었으나, 예상과 달리 상당히 자기중심적이고, 진취적이고,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유중혁이 주인공인 세상에 떨어졌지만, 본인이 생존해나가고, 바꾸고 싶은 것들을 바꾸며 성장해나간다. 본인만이 미래의 일들을 알고 있다는 본격적인 이점을 가지고서 강자로 군림하고, 나눌 수 없는 고독한 고뇌와, '제4의 벽'이 주는 스페셜리티까지가 작품의 거대한 줄기를 이루는 만큼, '전지적' 독자라는 말 그대로 사실상 먼치킨계열의 주인공이라 보는게 맞을 것이다.

'전지적 주인공'?, '연대와 화합'? 둘 사이에서 좀 괴리가 느껴지지 않는가? 너도 나도 소중하니 다같이 살아나가자라는 주제가 되기엔 이 작품은 김독자라는 캐릭터가 홀로 독보적이고, 그의 영웅담과 고뇌가 작품의 본질이라, 조연들의 처지는 필연적으로 조금 소모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과는 다른 해석과 각색으로 이 캐릭터들을 조금 더 끌어올리려다가 작품의 주된 맛이 되어야 할 김독자의 속이야기가 줄어들어버렸다고 느꼈다. 이 점도 영화가 잃어버린 작품의 킥포인트 중 하나로 꼽고 싶다.


(3) 중독 CP
반절에게는 불호요인이지만, 엮어먹는 커플링은 분명 오타쿠몰이의 보증수표다. 완결 이후까지도 열심히 재생산하며 부여잡는 충성고객팬들이 유입될 수 있기에 이제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기호와 무관하게 전략적으로 도입을 고려할 요소이다. 원작품 내에서도 우리엘을 통해서 잊을 만하면 밀어줄 정도로 유중혁X김독자는 거진 반공식(?) 커플링이었다. 그러나, 사실 캐스팅 때부터 이 부분은 영화화시 챙겨갈 요소로 전혀 고려되지 않음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배우분들 비주얼은 아쉬울거 1도 없었다 생각하지만, 월등한 키의 안효섭이 김독자에 그에 한참 못미치는 이민호 유중혁이라니... 영 팬들 입맛에 안맞는 구도다. 솔직하게 만약 대중을 부여잡는데 성공했더라면 아쉬울게 없을터이지만, 그렇지 않기에 아쉬움이 부각되는 케이스가 되었다. 더욱이 영화관 관람이 궁핍해진 시대에, 다수의 작품들이 n회차 관람할 수 있는 덕후들을 붙잡는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보고있다보니 만약에.... 생각이 들 따름이다.
Outro

원작자가 허용한 이상, 무엇을 표현할지 각색은 선택의 문제이고... 본 영화는 스케일있는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해서 서브컬쳐장르적인 매력포인트들을 포기하고, 대신에 좀 더 보편적으로 그려내고자 모날 것 없는 영화 한편으로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 또한 시원찮아서 대중에게는 또 설명되지 않아서 어렵다고 외면 받는거 같으니 뼈가 아프다. 연마다 수백개의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서 그냥 그저무난한 어드벤처는 재미있다는 소리 듣기 더욱 어려운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는 원했던 대중 흥행의 성취도 못뤘으니, '차라리 이렇다면....' 하고 원작 웹소설을 본 입장에서 보았을 때 포기되어 아쉬운 부분들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영화 전독시가 나에게는 '각색의 어려움'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참, 정답 없고 선택에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도전된, 그것도 압도적 인지도의 판타지 웹소설 장르의 영화화가 흥행부진의 딱지가 붙어버린 건, 산업 전체적으로 낙인이 생겨서 앞으로도 당분간 도전들이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분명 어려운 길이었지만 이토록 어렵게 끝날 줄은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덕분에 이 낙인을 지워줄 유일한 희망인 올해 예정된 '재혼황후' 드라마만 손꼽아서 기다리게 되었다. 재혼황후의 경우 판타지 세계관이기에 비주얼 연출이 제일 염려되었으나,(금발머리 엘프 나오는 세계관들을 우리나라에서 찍을 것도 아니고...) 과감히 포기하고 검(은)머(리)왕국으로 각색하였다는데, 이런 탁월한 선택이 있나라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디 웹소설 영상화에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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