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한국에서 살아나가겠다고 홀로 투쟁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위로의 선물세트
+ 포인트
+ #경기도민의_비애 #강요당하는_사회성 #그냥살면_안되나 니치
+ 탄식과 함께 곱씹게되는 표현들의 명대사 향연
+ 쓸데없는데서 집요해서 드라마 같다가도, 일순 허무해지는 사건들까지 현실미 가
- 포인트
- 티저를 보고 대담하고 도발적인 김지원 캐릭터를 기대했다면 해결사 없는 현실성에 뒷걸음칠 것
- 아마 사회초년생은 넘어서야 이해할 만한 위로 감성이 연령제한 요소
- 이따금씩 투머치로 느껴지는 작가님 마음 100%의 대사량

위로의 선물세트
한 가정의 사계절 삶을 그려내면서 가족, 직장, 연애, 모든 면에서 공감과 위로를 찾게 되는 작품이다.

가장 먼저 사람들이 기억하는 포인트는 아마 '경기도민의 비애'다. 작중 주인공 가족이 사는 동네는 1호선 끝자락에, 지하철 내리고서도 마을버스타고 수십분은 더 걸어야 하는 이를테면 수도권 시골이다. 하루 8분의 1 이상을 대중교통에서 보내고, 막차시간과 택시값 줄이기에 목매는 게 일상이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한시간이 안걸리다? 그러면 넌 경기도 사는게 아니다^^"라고 말할 억하심정 많이 쌓인 사람들이 보면 같이 서러워 마지않을 것이다. 사실 못해도 500만명은 될 이러한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포인트다 보니, 초기 작품 마케팅 때도 이 포인트에 꽤나 푸시를 넣은 게 보였다.

가부장적인 세대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열받고, 답답하고, 결코 남일 같지 않은 드라마이다. 과묵하고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 어머니와 삼남매의 가족사는 가끔 심히 심적으로 폭력적이라 이따금 숨이 막힌다. 그 아래에서 세상을 참고, 손해보면서 사는 것을 디폴트라 배워왔으나, 사회에 나와서 세상이 그게 다가 아닌 걸 부딪히는 삼남매의 모습이 생생하다. 장남은 여기에 철부지 남자의 객기가 섞여있고, 막내여동생은 유순함과 평범함 아래 묻어둔 뒤틀림이 섞여있어 터져나온다.

또, 주인공들 직장배경들이 꽤나 새로웠다. 물론 오피스물은 아닌 만큼, 여기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아웃바운드 콜센터, 프랜차이즈 점주 관리, 계약직 디자이너 등 이제껏 드라마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사회 곳곳에 있는 사연많은 직업들로 삼남매를 꾸려서, 여러모로 주변 여기저기의 친구들 생각도 나고 위로와 공감을 더한 면이 꽤 컸다고 생각한다. 아마 주변에 둘러 보시면 두다리 안건너도 한두명씩 생각나는 사람 있을 것이다.
# 해방클럽
해방일지와 함께 작품의 핵심소재이다. 일상이든, 현실이든, 무엇이든 나를 억압하고 있는 무언가로부터 해방하고 싶은 모임. 아마 의도적으로 작품에서는 이 모임의 정체성을 너무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구성하진 않았다. 누구든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하여 생각할 수 있고, 나는 그들의 지향점이 천편일률적인 사회성을 강요받는 이 사회에 대한 '해방'으로 느꼈다.

이 클럽의 결성이 초반부에 입벌어지는 가장 큰 재미였기 때문에 큰 스포일러가 될까봐 삼킨다. 다만, 초반에 크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견인시키면서 마지막까지 그 존재를 챙겨가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용두사미로 약하게 끝났다. 멤버들의 이직 등을 비롯하여 직장내 동아리라는 그 모임의 형색은 사라지지만, '사람'은 남아서 서로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는 모양의 결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임의 활동이 '졸업'의 대상인것 처럼 보이게 귀결되는 결과적인 모양새가 아쉬웠다. 내게는 그 개개인들의 성장보다는 이 동아리의 컨셉과 활동 아이디어 자체에 의미부여가 컸고, 때문에 누군가의 인생의 낙이 되는 선택지로서 지속력있게 유지되는 결말을 기대했던 것 같다.
현실감을 놓지 않는 휴먼드라마
아무튼 좋은 휴먼 드라마이다. 거리감 없는 일상의 공감을 얻고자 할 때 볼 작품이고, 조금은 극적으로 보이다가도 금새 '아 내 얘기지 저게....' 하고 돌아온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빗대어보는 모멘트들이 있다는 게 휴먼드라마의 맛이 아닐까 싶다.

다만,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화려하고 자극적이지 않고, 충분히 집중하면서 들여다보면서 느껴야하는 시청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고로 작가님의 전작품인 나의 해방일지나,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 같이 진짜 휴먼드라마 작품류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길 추천한다.
작품 처음에 마케팅을 위해 푸시받던 티저 하나 또 보고 가자면,
당시 눈물의 여왕에서 부터 몰고온 김지원 신드롬 효과, 그리고 사이다적인 요소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꽤나 뇌리에 깊게 꽂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염미정은 염미정답게 끝낸다. "추앙"의 여왕 포스는, 그 난처함과 분노의 순간이라는 시간과, 그녀가 그어놓은 인간관계적인 바운더리 안에만 유효하다. 분명 캐릭터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성장을 하지만, 그게 꼭 대중들이 원하는 가슴뚫어주는 자극적인 사이다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가장 자극적인 모멘트는 처음 여기서 끝이다. 사실 나 스스로가 여기에 낚였여서, 나도 모르게 거창한 해방혁명을 기대했었던 걸지도... 그래서 유독 이 작품에 대해선 작품 마케팅이 어땠는지, 다소 트릭적으로 강조점이 뭐였을까하는 감상이 좀 많이 들었다.

그래도 이후로도 간간히 지루해 빠져나갈 틈을 줄이게 밤사회, 가족분열 등 적당히 자극적인 요소들(현실이 아닌 것도 아니지만...)도 있다. 방심하면 터지는 개그포인트들도 상당하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트럭질주와, 호스트바의 아기 스토리에서 정말 정신없이 웃었다.
Character
캐릭터 얘기를 하자니... 할 얘기는 많지만 막상 다른 작품처럼 최애?가 잡히지는 않다는 게 자각되었다. 무언가 멋진 캐릭터성에 유지해가는 히어로물같은 드라마는 아닌 고로 그게 맞는 감상인거 같기도 하다.

염기정 (배우 : 이엘)
기정은 아마 이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의 반절은 책임져준 감초였다. 사회생활 만렙의 어른인데, 다른 속(연애)은 어른이지 않았던 속내들이 터져나오는게 귀여웠고 좋았다. 연애에만 미숙했어서 날 것으로 터지는 감정 포텐들이 그 나이 같지 않은 귀여움의 매력이 되었었다. 스토리상, 당사자들 사이든, 주변인까지 고려해서든, 관계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연애를 하는데, 굳이 그 모든 걸 극적으로 풀어버리지 않고, 유야무야 가는게 내가 보기엔 더 현실미가 좋았다. 그래도 허겁지겁 첫만남에 "좀 쉬세요. 1분만 쉬세요" 이런 대사가 나오는 으른의 연애 모멘트가 설레게 와서 깊게 기억에 박혀있다.

염창희 (배우: 이민기)
창희는 꽤나 못났다. 이런저런 여건에 치여버리는게 안타깝다가도, 소년같은 객기와 자격지심부릴 때면 하남자같은 점이 이민기 배우가 연기를 잘한 것 같긴하다. 상대적으로 남매 중에 홀로 남자라서 포인트 몇가지가 집중되어버렸단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가부장제의 폐해로 인한 외적으로 터지는 부모와의 마찰 스토리라인이 여기로 집중해서 떨어져다는 것이다. 저럴 거면 나가 살지를 몇번을 생각을 생각했나 모른다. 다른 하나는, 작가가 꼭 넣고 싶었던 것 같은 진지한 대사들이 여기로 집중되어버렸다는 점. 아 이건 성별보다는 다른 둘의 캐릭터 성격탓이 큰 것 같긴하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창희는 기죽어살고 있으면서도, 할 말, 할 일 다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꽤나 도맡으면서 진지한 열변을 토하는.... 뭐랄까 설명해내기 단순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염미정 (배우: 김지원)
미정이는 사회와 가정 속에서 내성적이고, 순하고, 그냥 기복없이 살아야해서 사는 그런 사람으로 비쳐진다. 처음 바라보면 가장 욕심없이 그냥 사는 소시민의 입장에서 친숙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녀가 극도의 궁지에 몰린 순간, 본인이 그은 바운더리 안에서 격정을 터트리는 걸 초장부터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결국 그녀는 욕망이 없는게 아니고 사회에게 욕망을 거세당한 존재로 보는게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미정이 가장 안쓰러운 점은, 창희는 열폭을 해도 가족이라도 됐으나, 그녀에게는 가족조차 그 바운더리가 되지 않았다는 거다. 어찌보면 가장 큰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걸까. 본인이 평범하다고 주장하는 그녀에게 하는 구씨의 한마디가 인상깊은데, "평범은 같은 욕망을 할 때 평범한거야"다. 결국 그냥 내성적이고 평범한 우리가 온전히 이입하기엔 미정이가 사실 범상치 않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뒤로 갈수록 거리감이 느껴지긴 한다.

처음 볼 때는 나도 내가 이입할 점에 주목해서 봤던 것 같다. 기정에게서는 사회 속에서 재고재다 포기해버린 연애에 대한 욕망, 둘째 창희에게서는 가부장 속에 억눌린 자아, 셋째 미정에게서는 내성적인 사람에게 사회성에 대한 강요들이 해방의 대상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결국에는 기정, 미정 모두 사랑에서 버틸만한 힘을 찾았고, 그게 해방의 키가 된다는 사랑예찬으로 끝난 느낌이긴 하다. 견디기 힘들고 공허한 일상에 사랑이라는 지지대가 충족되어 살아나갈 수 있다는 메세지가 되어버렸다. 간판으로 로맨스를 강조한 것도 아니고, 연애사보다야 인간사 성장이 더 메인축이니 과정상에 솔직히 설렘이라곤 거의 없지만, 어찌보면 흔한 결론으로 끝나 아쉽기도 하다. 되려 재밌는 점은, 나 홀로 연애에 목매던 장남은 성애/연애/결혼의 틀에 우겨박지 않는 사랑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초연해지고, 연애 없이 시작한 여자 둘만 연애를 이어나가는 결말이 아이러니.

곽혜숙 (배우:이경성)
그리고 아마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할 어머니. 초반에는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머니역 처럼 스치다가 종내에는 그녀가 이 가족의 모든 구심점임을 알게 된다. 그 모든 풍파에도 다섯명이 오랜 집에 모여 가정을 구성하고 사는 것은, 그녀 하나의 존재가 그 이유였다. 덕분에 작품 말미에 보다가 나도 개인적으로 주변사람들이 생각나 오열을 해버렸다. 어쩌면, 이 시대의 어머니들은 지금 세상의 가장 큰 피해자들리거라고... 종종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을 잃어가며 가족에 헌신하는 것을 종용받아, 이에서 행복을 찾아서 인생을 살고 완성해왔지만 이제 그것을 악으로 여기면서 뿌리채 흔들고 저항하는 시대와 세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다시 한번 그들에 대한 감사함, 그렇다고 순응할 수도 없는 어찌못할 미안함을 새길 계기를 준다.

구씨 (배우: 손석구)
본격적으로 손석구를 대스타 반열에 올려준 캐릭터가 되시겠다. 간만에 보이는 테토남의 극강체 남자주인공이었다. 시골에 숨은 과거를 알 수 없는 힘숨찐이라는 판타지가 뭇내 많은 팬들을 모이게 했다. 그러나 이게 만능 히어로 왕자님이 되어 현실감이 특징인 작품을 망치지 않도록, 많은 패널티들이 부여되었다 싶었다. 물론 그 대표적 패널티 단점이 알코올 중독자. 미화되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끝으로 갈수록 누구보다도 처참하게 묘사되어서 미화 걱정은 안들더라.

지현아 & 혁수
염창희의 오랜 여사친 지현아와, 투병 중인 지현아의 남자친구. 여기도 염창희까지 더해져서 관계가 신세계급 한획을 그어서 꼭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기대하고 보셔도 좋을 만한 포인트다. 지현아 캐릭터는 범인들이 보기엔 힘겹다... 싶으면서도 정신차려보면 본질적으로 자기객관화와 선량함을 보여주어 복합적인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남자분이 성인의 행보를 보이는데, 좀 더 자세히 들여서 어떻게된 성이느이 행보인지 좀 궁금했으나, 그만큼 내면을 볼 수 있는 비중이 안잡힌 건 좀 아쉽다. 창희 캐릭터를 완성해나가는데 주요한 보조장치로 보면 될 것이다.
Outro
첫 방영 때부터 보려고 아껴두었으나, 집중력을 요하는 장르인 덕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려다 4년이 흘러버렸다. 기대만큼 재밌고 또 많은 감정을 느꼈다. 섬세하게 가족구성원을 구성해내다보니 정말 현실에 있을 것만 같았고, 보는 사람도 끝없는 욕심과 기대를 가지고 보아서 캐릭터 성격과 대사 하나하나가 신경쓰였던 것 같다. 캐릭터성과 그 구현방법에 대해서 이만큼 진지하게 고민 있겠나 싶을 정도다... 이제 남은 숙제는 나의 아저씨인데... 이건 언제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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