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세상에 내팽겨쳐진, 미숙한 아이들이 쟁취해내는,
미숙했기에 가슴을 찌르는 설레임
+ 포인트
+ 각자의 사정을 품은 상처 있는 아이들의 성장기, 그리고 행복에 나아가는 실마리를 주는 해피엔딩
+ 한국 학교문화와 배경을 잘살려낸 플룻과 여기저기 새겨져있는 위트들
+ 순간순간 너무 좋아 돌아버리겠는 캐릭터들, 심플하게 그렸는데 콸콸 뿜어져 나오는 잘생김까지....
- 포인트
- 무겁지 않게 소화시키려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무거울 수 있는 차별적 시선, 스쿨카스트, 학폭 등 소재 유의
- 작품 특성상, 온전히 즐기려면 인물 관계도를 오픈 할 수가 없어서... 추천이 어려움... 그냥 믿고서 덤비셔야 함...
- (기껏 애니화 시킨 거는, 작품 특유의 잘생긴 느낌 못살리고 작화 폭망함^^)
한국판 리얼리즘 고교BL물
남의 BL만화, 줄여서 '남비엘'은 고등학교 2학년, 일년 간의 커리를 따라가면서 주요 인물이 엮여가는 이야기이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 사이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작품 기저에 깔린 스쿨카스트나 캐릭터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감갈 것이다. 모범생 반장과 학교일진이란 주요 캐릭터의 특성부터 수학여행과 반단합행사 등이 다 그 시절 학교를 배경으로 공감 백배를 만드는 요소들이다.
특목고 입시나 학폭 회부 등 우리나라 학교를 다녔으면 당연하게 생각할 제도나 사회현상들도 기저에 잘 깔아두었는데, 장르물을 그려내다 보면 원하는 전개를 위해서 이런 현실고증을 포기해가기가 쉽기 때문에, 그 많은 청게물 중에서 이 정도 리얼리티는 생각보다 흔치가 않다. 그래서 이 리얼리티가 이 작품을 애정하는 메인 요소가 되었다. 나와 내친구들이 겪어 온 것과 같은, 대가리 꽃밭 월드가 아닌^^ 시궁창 한국 교육사회, 스쿨 소사이어티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캐릭터들이 더욱 애틋해지는 게 컸다.
다만, 학교물의 본질적 한계...로 작중 학교모습이 그 이전세대나 지금의 학교 문화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을 거 같긴 하다. 리얼리티를 강점으로 공감을 끌어내려면 학교 문화나 분위기는 디테일이 많이 중요한데, 학교분위기야 몇년 사이에도 바뀌는 게 많아 전 세대 보편적인 공감형성이 생각보다 어려운 듯 하다... 드라마 '학교' 시리즈가 심심찮게 매번 버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일 텐데 말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큰 차이가 '학교폭력'에 대한 온도차이나 처리방식이다. 외압적인 폭행까지 번져야만 나서고, 징계나 조치 여파도 생각보다 미미하다던가 하는 점들이 내 학창시절 같았다. (물론 규빈이 패거리가 뭘로 봐도 양아치라기엔 귀여운 축이긴 하지만...) 학폭에 훨씬 예민해진 요즘 학교는 학폭위원회가 이전보다도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으로 들었다. 아마 2010년대에 학교를 다닌 독자라면 이런 지점을 비롯해서 '응?'스러운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비밀"
남비엘의 스토리 전개 Key는 '비밀'이다. 누군가의 지켜야만 하는 '비밀'이 발단이 되지만, 사실 모든 파란의 원인이 된 '비밀'이 따로 있고 ^^, 이 '비밀'을 알아내려 부여잡던 다른 누군가가 마지막 퍼즐을 맞추면서 해소되고, 끝난다. 누가 죽어나가는 스릴러가 아니더라도 조마조마하고 걱정되고 심장 쫄깃한 전개들이 이어지는 맛이 가득하다....
아니 사실은... 물리적 죽음은 아니어도 아이들이 사회적 죽음에 쫓기는 거긴 하다...... 이 비밀들이 왜 비밀이 되어야 했나를 생각하면 슬픈 지점이 많다. 가족 사회으로부터도 학교사회로부터도 자기선택권이 없는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이기 때문이기에, 이 것을 꼭꼭 숨겨야만 하는 비밀로 만들어 싸매는 것이 그들에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자기 딴에 비밀을 만들어 간직하는 아이들이 미숙한지, 이걸 숨기게 만들어버린 어른들이 미숙한 건지^^ 난 모르겠다.
"사과"
앞서 얘기한 '비밀'이 짐작간다면 작품을 펼쳐들기에 좀 마음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남비엘이 또 좋았던 점이 갈등의 해소를 해내거나, 최소한 해소의 문을 열고서 마무리 지어진다는 점이기에 꼭 다들 보시라고 추천을 아끼고 싶지 않다. 앞서 말했던 비밀들의 관한 관계와 갈등들은 막혀있던 대화로서 마무리하거나 최소한 대화를 시작하는 노력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리고 이 종내에 이르러서는 인물들이 서로에게 준 상처에 사과와 사죄를 아끼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든다. 여기서 그간의 마음걱정들을 조금 녹여갈 수 있었다.
※ 여기서부터는 스포주의. 캐릭터들의 맛이 분명하고, 정말 애정하는 아이들이라 다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야기하는데, '비밀'이 키워드라 한 만큼 긴장감 있게 작품 보고 작가의 의도대로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아래 내용은 스킵하시길 바란다.. 실제로 작품소개 메인에서도 의도적으로 본점을 옆으로 흘려놓은 구석이 있다.
더할 나위 없는 제목
글자 그대로 '남'의 BL만화다. 주인공은 분명 승희였는데, 좀만 보다보면 승희는 안중에도 없어진다. 아주 세기의 사랑을 하고 앉아 계신 주변 인간들 때문에 관심과 설렘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몰빵되게 되어서 그렇다. 중간에 이성을 붙들고 아 주인공은 승희였지?.... 하고 돌아와서 승희입장을 챙겨보면 너무 짠하고 안타까워져있다.
작품의 로그라인 자체가 이렇게 남의 연애 이야기에 휘말리는 것이었을 텐데, 1인칭, 3인칭 뿐이던 바닥에 이런 스페셜한 다양성을 더해주심에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 스토리의 제목을 이렇게 심플하면서도 상징적으로 잘 지으신 것도 감탄스럽다. 작품 전체적으로 녹아있는 기본적인 위트들도 다 이런 센스에서 오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너무 염려치 마시라, 그 모진 고생길을 겪은 승희에게도 결국 승희의 짝이 오니까. 그것도 너무너무너무 좋게.... ㅠㅜ 그리고, 상처만 많았던 승희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져가는 감동이 있는 분명한 성장물이다. 역시 BL의 맛은 에브리바디게이월드인가, 심지어는 중간보스 소아성애 변태 아저씨한테도 절절함과 짝을 입혀주시는 은총을 주는데 뭐.... 이게 '비밀'이 작품의 맛이니까 스포로 재미가 떨어질까봐 말을 더 할 수가 없네...
Character
권수혁
찬미 권수혁. 이 후기까지 쓰게된 이유. 미친 설레임의 끝판왕이다. 초점 풀려있는 눈에서 나른미가 매력인데 보통 이런 캐가 최애가 된적이 없었어서 신기하다. 그래.. 문제는 이 세상초연한 무심페이스로 미친 플러팅을 해댄다는 거인데 이게 반전매력의 힘일까.... (아니 그냥 잘생겨서 옳은거다...) 수혁이의 오지고 지리는 플러팅에 침대 위에서 발길질해대며 심장을 부여잡게 되는데.... 이게 너무 오지게 오지고 지리고 지려서 승희랑 똑같이 마음 불편함을 안고가는 게 남비엘 감정선의 정수였다. 정말 그 불안함 감정 그대로 즐기시길 바란다. 근데 진짜 열받고 불안해서 멱살잡고 울 거 같은 타이밍이 있다....하...
김승희
우리 짠한 승희... 결국은 승희가 주인공이고, 승희의 성장기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완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아픈이야기들 보고 있으면 얘가 이정도로 밖에 안삐뚤어졌다는게 기특할 정도... 그래서 너무 정감가는 예쁜 친구다. 결국에는 승희도, 승희를 둘러싼 환경도 한발을 내딛어 가는 게 뭉클한 마음. 액면적인 작품소개에서 주인공인 승희가 크로스드레서로 소개가 되는데, 이게 좀 취향 호불호 소재이니, 나도 취향 아니라서 시작했다 관두기를 10번 가까이 반복했었다. 그런데 전.혀. 중요한 소재가 아니고, 종내는 승희도 이를 과거로 넘겨버리니까... '여러분!!! 그건 거의 나오지도 않는 낚시이니, 그냥 보세요 제발~'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ㅎㅎ
박승택
우리 모범생 반장 승택이... 아 승택이도 마찬가지다. 얜 어떻게 더 안삐뚫어지고 버티고 살고 있지? 싶은데... 그래... 나도 어릴 때는 부모님 아래에서, 그냥저냥 나를 끼워맞추면서 큰 생각 없이 저렇게 살았던거 같기도 하고 좀 서글프다. 그래서 승택이는 사실 대학 간 이후 이야기가 너무너무너무 궁금한캐릭터다. 하지만.... 인생 강렬한 사랑을 이미 중고등학교 때 성취하셔서 다른 사랑 못하실거 같지요 ㅎㅎ 승택이는 또 유형적으로 어디 끼워맞추기 어렵고 좀 복합적인 캐릭터다. 지(덕)체 다방면 최종보스급에... 갭모에까지 겸비했는데, 사실 남비엘 캐릭터 설계의 정수는 승택였지 않나 싶다.
이규빈
우리 규발놈은 공식 양아치인데... 허울만 그렇고 실상은 학폭?따위는 하지도 못하고 코꿰인데서 평생 못벗어나는 순애보 애기다. 사실 규빈이가 누군가에게는 진짜 민폐캐인데 개인적인 짠내 애정이 폭발해서 내 속으로는 보듬어 안고만 있다....ㅠㅜ 대개는 본인이 최선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과오가 되고 '내가 너무 어린 생각이었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는 변화들인데.... 그게 그냥 순전히 네 잘못은 아니라고, 혹독한 환경에 내쳐져서 커가는 중일 뿐이지 않냐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그렇다. 아무튼, 외적인 환경이나 심적으로나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는 로맨스 주인공이다.
Outro
기억하기로는 남비엘은 카카오페이지 런칭 초기에, 기다무 방식까지 만들어놨는데, 비엘 쪽은 작품 라인업이 거의 황량하던 시기 초반부터 있던 정말 몇없던 수작이었다. 떄문에 그 당시엔 장르순위 탑에서 내내 있었던 작품이었고 이 때 접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엔 학생이었던 지라 기다무에 이벤트 한푼 꼬박씩 아껴서 봤었는데 어엿 5년이 넘어버렸다. 그러다 작년인가 리디에 맠다 떄 있길래 풀구매했었는데, 역시....내 명작에 대한 기억은 틀리지 않는다^^. 간만에 정주행 했는데, 다시 봐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또 제대로 달렸다. 아무튼 다들 꼭 한번씩 봐주셨으면 한다.
아래는 가슴이 웅장해져서 아카이빙하는 명장면들 ㅠㅜ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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